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뉴렘베르크 강령> 제4조에 따르면 "생물의료적 실험은 모든 불필요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해악을 피할 수 있도록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악행금지 원칙을 두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는데 하나는 환자에게 피해와 악행을 가하는 적극적 행위를 하지 말 것과 다른 하나는 의사가 해야만 하는 행위를 중단 또는 보류함으로써 환자에게 해악을 끼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악행금지 원칙과 피해회피 원칙의 요구 사항을 구체화하려는 여러 가지 방법 중 전통적으로 행하는 4가지 구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생명유지 치료의 보류와 철회
생명유지 치료의 보류와 철회는 죽음과 관련되어 도덕적 법적 측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특히 안락사와 임종환자 및 뇌사와 장기이식의 문제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생명유지 치료를 시작하지 않는 보류는 악행에 해당되지 않고 생명 유지 치료를 중간에 그만두는 철회는 악행에 해당된다. 그 이유는 치료 중단과 철회는 치료 시작 자체를 보류하는 것보다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다가 중단에 사용을 중단하거나 제거하는 것은 죽음의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처음에 인공호흡기 사용을 보류하는 것은 의학적 결정 중 하나로 고려되기 때문이다. 다른 측면에서는 치료의 중단보다 치료의 보류가 도덕적인 부담이 큰 경우가 있다. 이유는 치료를 시작한 이후에는 진단과 예후 파악이 가능하기에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가 무엇인지 결정할 수가 있다. 하지만 치료를 보류하는 것은 아예 처음부터 거부하는 것이기에 비윤리적이고 환자에게 궁긍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고려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례로도 치료를 하다가 중단한 경우에 대해 법원은 치료의 효과가 없다고 판명 나면 의사는 그 치료를 계속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하였다. 하지만 치료의 보류에 대한 정당화 조건은 동시에 치료의 중단과 철회에 관한 충분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특수치료와 일상치료
특수치료는 생명을 보존하는 특수치료의 경우 생존을 위한 일반 치료 대비 직접적으로 생명과 연관이 있다. 그렇기에 의사는 일상치료를 해야 하는 의무는 지니나 특수치료를 해야 하는 의무는 지니지 않는다. 특수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은 악행이 아니나 일반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은 악행으로 간주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일상 치료의 거부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는 자살에 해당되지만 특수치료를 거부하여 죽으면 그렇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두 치료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특히 특수치료와 일반치료의 구분을 단순한가 복잡한가, 자연적인가 인위적인가, 비용이 많이 드는가 적게 드니가, 관례적인가 영웅적인가 하는 등에 관련된 구분은 옳지 않고 시간과 상황에 따른 상대적인 구분이라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
의도한 결과와 단순히 예견한 결과
계획된 의료 행위는 두 가지 효과나 결과 즉 하나는 좋고 다른 하나는 나쁜 효과를 갖는다. 이것은 의도한 결과와 단순히 예견한 결과가 도덕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신념이다. 이와 같은 것은 이중효과 원리라고 불리며 이것은 모든 의료 행위가 갖는 양면성을 인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즉 모든 의료 행위는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으며 의사가 선행 결과를 의도 하였음에도 악한 결과가 부작용으로 발생한다면 의사는 그 악행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오 같이 의도한 결과이던 그렇지 않던 예견된 결과가 과연 구분 가능한가의 문제가 계속 있다. 그렇기에 이와 같은 상황에서 완전한 도덕적 의무를 제거해 주기란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죽이는 것과 죽게 방치하는 것
죽이는 것과 죽게 방치하는 것의 전통적인 구분은 남에게 해악을 행함과 해악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둠 사이의 구분으로 간주되었다. 그 구분의 논리적 근거는 행위와 무위의 구분이다. 행위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의미하고 무위란 소극적으로 무엇을 행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특히 위의 구분은 도덕적 책임에 타당하지 못한 신념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비판받기도 한다. 그 예로 인간의 행위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태의 진행에 대한 하나의 간섭 및 관여이고 무위는 관여가 아니다. 또한 인간은 직접관여 한 것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개입과 관여의 애매모호성은 있기 마련이다.
위의 4 가지 규칙은 절대적인 도덕적 구분이 아니다. 그렇기에 의료진은 항상 환자의 이득과 피해에 대해 정확하고도 과학적인 분석을 통한 균형적이고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