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윤리학에서 심오한 철학적 물음을 내포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이다. 이는 설명과 동시에 동의를 요구한다. 즉 환자 입장에서 보면 의사는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할 의무를 지니는 동시에 환자는 그에 대해 동의 여부를 결정할 권리를 지닌 말이 바로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이다. 이는 환자의 모든 동의가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 이유는 윤리학에서 책임과 처벌을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무지로 인한 행위는 처벌로부터 면죄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언급한 무지는 다시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하나는 행위의 본성에 대한 무지이며 다른 하나는 행위 결과에 대한 무지이다. 즉 그 행위가 어떠한 것인지를 모르고 한 행위와 어떤 결과를 야기할지 모르고 한 행위는 면책가능하다. 그러므로 반드시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이 제공되어야 한다.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의 개념
우선 '충분성'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 충분한 설명이란 무엇일까? 우선 양적으로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충분한 것인가? 다음으로는 수준 높은 내용의 정보가 설명되어야 충분한 것인가? 마지막으로 내용적 측면에서 설명되어야 할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가의 물음이다. 의료 윤리학에서는 그 기준에 대해 전문인 실무 기준 또는 합리적인 개인 수준 및 주관적 기준 등을 제안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해야 할 구체적 항목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료진은 환자의 진료 행위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현재 상태 및 진단 및 치료에 이용될 수 있는 치료술, 부작용 및 진료 후 예상되는 징후 등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는 설명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 또한 설명에 대한 환자 호는 피검자의 이해까지 전제한다. 왜냐하면 결국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의 주체는 환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의사가 충분한 설명을 하였더라도 환자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면 설명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의료인은 설명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의료인은 전문가이기에 설명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권위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환자의 동의가 무언의 강요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 한다면 동의 형식을 취했을 뿐이지 실제는 간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사는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환자를 설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의료인의 가치관을 환자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의사소통에는 의료인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환자의 의사결정에 따른 동의 절차
앞서 자세히 설명한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는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동의를 얻기 위한 단계로 환자가 이러한 능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환자가 의사의 설명에 대한 이해력 및 그에 따른 합리적 사유 능력 및 판단력의 유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의사는 고도의 신중함으로 환자에게 설명하여야 한다. 만약 환자의 이해 능력이 의심될 경우에는 협진 등을 통해 환자의 정신 능력을 판단하는 것도 필요한 경우가 있다.
동의의 방식에는 '네'라고 대답하는 명시적 동의 이외에도 당시 상황이나 행위로 간주하는 묵시적 동의와 합리적 개인이라면 누구나 동의하였을 가상적 동의 등이 있다. 의사는 환자로부터 명시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 명시적 동의는 다시 구두와 서면으로 나뉘어 지고 특히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여러 의료 분쟁 등의 이유로 대부분의 설명에 대한 동의를 서면 동의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의 횟수 역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만약 환자가 심한 고통에 있는 경우 심폐소생술 반대 의사 또는 치료 거부와 같은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경우에는 1회 동의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그렇기에 공정한 절차를 통해 마련된 프로토콜에 따르는 현실적 대안이 필요할 것이다.
환자의 직접적인 동의 없이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치료는 언제나 적절한 타이밍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응급환자의 경우에는 모든 판단이 전적으로 의사에게 일임된다. 응급상황의 경우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를 어느 정도 선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요청된다. 다음으로 소아환자나 정신 장애인의 경우 본인 스스로 의사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대리인을 대상으로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가 이루어져야 한다.